CJ대한통운 택배 파업 그리고 직접 찾아온 택배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으로 인해 피해 아닌 피해를 입었다. 와이프와 커플로 주문한 에어팟 하나가 대한통운을 통해 배송될 예정이었는데 월요일에 성산Hub에 도착했고 이틀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송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전 경험하지 못한 직접 택배 수령하기가 시작되었다.

전체 택배 기사의 4%에 해당하는 CJ택배기사 약 700명이 참여한 이번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사태는 울산, 창원, 경주, 김해, 광주, 분당, 여주, 이천의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해당지역의 주문건은 택배송장이 아예 발급 되지 않았다. 지난 8월에 상, 하차 알바를 하던 20대의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했고, 지난달 하차 작업을 하던 A씨가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요구사항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 노동자들이 하루 13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 중 택배를 분류하는 7시간은 무임금으로 노동을 하고 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사고가 발생했던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감감무소식인 애플 에어팟. 택배파업으로 인해 소식은 없고 불안한 마음에 대한통운에 전화 연결을 해보니 죄송하다는 얘기만 주구장창한다. 상담원분들께서 무엇이 죄송하겠냐며 죄송하단 말씀은 하지말아달라 간곡히 말씀드리며 성산Hub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성산Hub의 주소와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주소: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469-1
전화번호: 055-220-7831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운동도 안하는데 '매우 나쁨'임에도 불구하고 택배를 찾으러 떠나야하다니. 덕분에 목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 더욱이 내가 방문했던 낮 시간은 '최악' 상태였다.

살다살다 택배를 직접 받으러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정문에 많은 택배기사분들께서 담배를 태우며 서 계셨다. 아마 택배파업 때문에 운행을 나가시지 않고 대기 중이신 듯. 택배를 직접 받으러 왔다고 하니 안 쪽으로 쭈욱 들어가라며 안내해주신다. 택배 상, 하차 라인을 중심으로 양 갈래에 주인을 찾지 못한 택배 박스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이 많은 택배 박스들 중에 내 박스를 찾아야한다. 근처에서 택배를 옮기고 계신 택배기사님께 내가 사는 동네를 말씀드리고 어디서 찾으면 되냐고 여쭈어보니 한 쪽을 가르키며 그 아파트 동네만 모아놓은 곳에서 찾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조그마한 박스라 금방 찾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어디에 숨었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던 택배. 여기까지 와서 빈 손으로 돌아가야 되나 진심으로 고민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다리가 아파 잠시 쪼그려 앉은 그 찰나에 눈에 들어온 박스 더미 틈 속에 끼어있던 작은 박스! 드라마같이 포기하려던 찰나에 에어팟을 획득했다.

내 스스로가 대견해서 차 안에서 한 컷을 찍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개봉해본 에어팟은 왜 이제서야 썼는지 후회될 정도로 신세계였다.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으로 인해 제일 큰 불편함을 느끼는 건 택배를 기다리는 고객들이다. 나 또한 대한통운으로 발송되는 택배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 에어팟은 직접 찾아왔지만 주니어 카시트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심지어 CJ몰 배송현황 조회 시에는 배송완료라고 떠 있는 상태) 파업으로 인해 왜 우리가 이런 불편함을 겪어야하는가 분통이 터지지만 택배파업의 원인과 택배기사분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알고나서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택배기사가 택배를 하나 배송하면 손에 쥐는 돈(수수료)은 대략 700~1000원(업체마다 다름) 정도라는데 단순 계산해서 하루 250건의 택배를 800원의 수수료로 배달하면 2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여기에서 식대, 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다소 낮아지는데 그래서 흔히들 택배 1건당 500원 정도 번다고 하는 것 같다.


최근까지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가 갈등을 빚었던 원인이 결국은 '돈'인데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이 본인의 업무가 아니므로 추가 수수료 지급을 요구했고, CJ대한통운 본사와 대리점은 상, 하차 분류작업 또한 배송의 일부라고 보았다. 그렇게 울산, 창원 등 영남권에서 시작된 갈등이 수도권까지 확산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듯 보였다. 글을 쓰는 현 시점에는 파업에 들어갔던 택배노조가 8일만에 29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배송업무를 재개한 상태다.

택배 파업은 이렇게 임의 마무리가 된 상태지만 이미 불편함을 직접 몸으로 느낀 고객들의 실망감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현대자동차의 내수와 해외시장의 차별 그리고 귀족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지고 국내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처럼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기업은 위험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로켓배송과 친절한 쿠팡맨을 무기로 고객들의 신뢰를 단숨에 얻고 있는 쿠팡을 보고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가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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