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Shock 댄스동아리 20주년 행사 전화를 받고

며칠 전 얼굴도 모르는 동아리 후배에게 동아리 20주년 행사 참석 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참석하겠노라 대답을 하고 기수를 물어보니 19기란다. 내가 동아리 6기였으니 벌써 13년이나 훌쩍 지난 버린 것이다. 시간 참 빠르네. 올해 9월이나 10월 중에 동아리 20주년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9월에는 우리 둘째도 세상 밖으로 나올 예정이라 조금 고민스럽긴 했지만 와이프에게도 허락을 받아놓았다. (와이프도 같은 동아리이다보니 이런 부분은 잘 이해를 해준다.) 그래서 내심 10월에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좋은 공연을 준비해서 무대 위에 올라가고픈 마음은 있지만 사실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회사일에 육아에 늘어난 살들과 망가진 몸으로 인해 춤선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으니...


"댄스동아리 NeoShock"

춤이란 건 1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겁 없이 돌아간 동아리였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반년 정도는 밖으로 겉돌기도 했고 방황도 했지만 덕분에 좋은 선배들과 후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인연들이다.) 또한 경험하기 어려운 좋은 경험들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대기업과 조인을 해서 30분짜리 공연도 기획해서 무대에 올렸고, 주변의 다른 대학교 동아리들과도 조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어떤 경험이든 값지고 소중하다."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새삼 깨닫는 부분이 바로 이거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어떤 경험이든 버릴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얘기이며,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내가 좋아서 배우는 어떤 취미조차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다. 내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대학 입학 전까지 춤이란 것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제대로 춰본적도 없다. (다만 옛날에 일명 로봇춤?에 관심이 있어서 혼자 따라하거나 6학년때 친구들과 젝스키스의 폼생폼사를 학예발표회 때 춘 적은 있다.) 그 때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스스로 가입한 낯선 댄스동아리에서 오랜 연습과 많은 공연을 했고, 동아리 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맡게 되었었다. 대학 졸업을 하고 직장에 취업한 후로 춤이라는 놈과는 평생 이별일 줄 알았는데, 회사 행사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의 무대에 6번 정도 오르게 되었고 그 중에는 회사 경연대회에서 대상 한 번, 준우승 한 번 그리고 해외법인에서 가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말 다했다.

와이프와의 만남도 동아리 그리고 춤이 아니었다면 쉽게 만나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만큼 동아리는 내 인생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지금 또한 그렇다. 얼마전 인근 지역에서 일하는 후배 셋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들 각자의 직장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한 때는 차가운 바닥에서 함께 뒹굴고 땀 흘리며 춤을 추던 시절이 있었다. 비보이, 팝핀, 가요안무 등 각자 장르는 달랐지만 춤을 좋아했고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하나였다.

15주년 당시 후배들이 제작했던 Neo Shock 동아리티


15주년 당시에도 어릴 적 함께했던 후배들 그리고 와이프와 공연을 했었다. 그 때 받은 15주년 동아리티의 디자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옷감도 꽤 좋은 편이라 한동안 입고 다녔다. (지금은 해질까봐 한쪽에 고이 모셔두었다.)

20살 뭣도 모르고 동아리문으로 내딛은 한 발이 내 인생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춤, 대학생활, 선배들 그리고 후배들과의 만남,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회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무게감과 부담감, 고민했던 행사 기획들, 지금 생각해도 짜릿했던 무대 위에서의 순간들, 와이프와의 만남, 우리 결혼식에서의 무대준비, 와이프와 함께한 회사 공연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절로 리듬을 타며 손을 흔드는 하늬까지. (하늬를 보고 있으면 나와 와이프의 흥과 끼를 잘 물려 받은 것 같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후배에게 걸려든 전화 한 통을 받고 잠시나마 예전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대에 올릴 수 있을지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연 하나를 기획했고 준비를 해보려한다. 뭐, 틀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에 될지도 모를 무대를 위해 한번 준비해보지 뭐. 


"이것 또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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