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 마음은 따뜻 그러나 현실은 싸늘
- ▶ NeoJay/마음의 양식
- 2019. 2. 15.
얼마전 설 연휴에 와이프와 함께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를 보며 2시간 내내 배꼽이 빠지도록 웃다가 영화관을 빠져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안되서 이번에는 회사 팀사람들과 증인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극한직업과는 다르게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싸늘하고 쎄한 느낌도 동시에 느끼게 되어 이렇게 영화의 소감을 남겨보게 되었다. (평소 영화 감상문을 쓰지도 않을 뿐더러 글 재주도 없으나 오늘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잠도 안 자고 새벽에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선 배우진만 보고 얘기하자면 "김향기와 정우성의 완벽한 조합" 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잘생겼지만 자기만의 색깔로 연기를 하는 정우성과 자폐아 연기를 실감나게 해 낸 김향기가 있었기에 이 영화의 몰입도가 올라갔고 영화 엔딩까지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정우성)와 '순호'에 의해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세워진 유일한 목격자 자폐 소녀 '지우' (김향기). 변호사라는 직업과 자폐아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정반대적인 위치와 입장 속에서 쉽사리 섞이기가 어렵다. 특히나 같은 편이 아닌 상대편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처음에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찾아갔다가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허나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는 점점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이라는 대립된 입장에서 서게 되고 영화의 엔딩을 향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게 된다. 그 후의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영화를 꼭 보시기를 강추하는 바이다. 지금부터는 이 새벽에 내 생각을 한 자 적어보려 하는 것으로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영화를 안 보신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정우성과 용의자의 범죄를 직접 본 유일한 목격자인 김향기. 이 둘의 입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대립되는 면이 있다. 실제로 영화 후반부에도 갈등을 겪게 된다. 정우성의 탁월한 변호 실력과 자폐아의 부정적인 면(증인으로 불충분 하다는 그런?)을 부각시켜 결국 1차 재판에서는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다. 1차 재판 후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자폐아를 편견이 아닌 진실된 눈으로 바라본 정우성은 결국 2차 재판에서 역으로 자신이 변호해야할 대상자의 유죄를 입증하고야 마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SF나 판타지 영화가 아니고서야 공감을 얻어 내기 위해 우리 시대의 현 실상을 영화에 많이 녹여낸다고 생각한다. 뒷골목 세계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실상 거대 기업들이 대형 로펌과 손잡고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불법과 비리를 덮어두며 늘 본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가져가는게 우리나라의 현실태다. 분명 실제로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소멸하는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의 정우성은 정신 차리고 '사람'으로서 바른 행동을 했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일자리가 쫓겨난 걸로 모자라 아마 우리나라에서 발붙이고 살기 힘들어질 정도로 뒤에서 괴롭힘을 다하도 생을 다할지 모를일이다. 영화에서도 거의 일자리를 잃은걸로 묘사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만 실제 이야기라면?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 괴로움에 시달릴 것이다.
20대의 내가 이 영화를 봤다면. "음,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네. 정우성도 옳은 선택을 했구나. 역시 사람은 바른 마음을 가지고 바른 행동을 해야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세상의 때를 타기도 하고 세상의 때에 대해 알아버린 30대의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은 "영화를 보고 마음은 따뜻해졌지만 이 상황을 지금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는 싸늘하기만 하구나." 이다.
영화를 보고 와서 줄줄이 말을 읇어놓으며 사실 나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지금의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바른 정신과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바른 행동을 취하기에는 이익보다 손해를 더 많이 보는 세상이란 거다. 물론 5년, 10년전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많이 멀었다고 본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며 다음 세대에게 바톤을 넘겨주어야 하는 우리부터 '더 나은 세상', '바른 행동'을 할수록 손해보다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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