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떠난 둘째 태교여행 5일차

자나깨나 시간은 쉬지도 않고 잘 굴러가지만 특히나 남들 일할 때 노는 시간은 왜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벌써 복귀 하루 전날이 다가왔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휴가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괴롭혔지만 애써 모르는 척 했다. 해가 밝은줄도 모르고 늘어지게 푹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 떠있었지만 호텔 침대에서 떠날 생각을 못했다. (너무 푹신하고 포근해.) 그래도 제주도까지 와서 호텔에서만 뒹굴뒹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고 마침 와이프가 미리 티켓을 예매해놓은 화조원을 방문하기 위해 로비를 나섰다.

"제주도로 떠난 둘째 태교여행 5일차"

해비치호텔에서 화조원까지는 약 1시간 30분 거리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다. (물론 제주도 기준으로 말이다.) 게다가 평소에 들어봤던 관광지도 아니라 큰 기대도 없었다. 새가 많을 것 같은 이름이였지만 제주도를 그동안 몇 번이나 들락날락거리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관심이 있을 턱이 있나. 기대치가 낮아서였는지 아니면 새들 구경을 하느라 신이 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방문한 보람은 있었다.

동물과 먹이체험을 좋아하는 하늬 덕분에 주변에 있는 실내동물원과 동물원은 자주 가는편이다.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자주 놀러가는 엄마와 아빠들은 알겠지만 동물원에 있을법한 동물들이 거기서 거기다. (특히 실내동물원은 더욱 그렇다.) 맨날 보는 동물들만 접하다보니 딱히 흥미도 안 생기고 금방 지루해지는데 화조원의 경우에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있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이 구경을 한 것 같다. 새들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육지동물들도 보유하고 있다.  

상당히 큰 새장 안에 들어가서 새들에게 모이를 줄 때는 수십마리의 새들이 손바닥에 날라와 짜릿한 느낌마저 받았다. 토끼나 거북이에게 당근을 주는 먹이체험과는 또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보니 하늬도 새들에게 먹이체험을 할 때 제일 신이 났었다고 했다.

화조원에서 실컷 새 구경을 한 우리가족은 다음 스케줄을 위해 다시 해비치 호텔로 달려갔다. 오후에 있을 하늬의 컵케이크 실습을 위해서다. 해비치호텔 체크인 당시 아이들 체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미리 컵케이크 실습을 예약해 두었다. (다른 체험들도 많이 있지만 나이제한으로 인해 아쉽게도 컵케이크 실습 밖에 할 수 없었다.) 실습은 모루 옆에 있는 방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일단 모루에 방문했다.

아직 시작 시간 전이라 모루에 있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크게 입을 쩌~억 벌리는 하늬 덕분에 피곤한 와중에도 웃을 수 있었다. 모루의 경우 꽤 많은 아이들용 도서와 교구들이 있어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무사히 컵케이크 실습을 마친 하늬. 직접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입장과 동시에 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바람에 하늬가 어떻게 컵케이크를 만드는지 볼 수가 없었다. 엄마와 아빠가 옆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실습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어서일까? 

맛있는 컵케이크 대령이오~ 제법 이쁜 모양의 하늬표 컵케이크가 탄생했다. 귀여워서 먹을 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호텔에서 다 먹어버렸지. ㅋㅋ 데코레이션 부분은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겠지만 꽤 구색을 갖춘 컵케이크라 기대이상의 퀄리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컵케이크 실습이 끝나고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하늬가 안에서 컵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횟집을 갈까? 아니면 다른 맛집을 가볼까? 로 와이프와 한참 고민을 했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해비치호텔 안에 있는 하노루(HANORU)로 정했다. 몸과 마음이 지치다보니 결국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흑돼지 삼겹살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몰려와서 놀랐다. 보통 호텔 밖의 식당들을 많이 다닐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흑돼지 삼겹살에 된장찌개와 밥까지 배푸르게 먹은 후 다시 호텔방으로 복귀했다. 복귀 하루 전날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그래도 뭐 와이프와 하늬 덕분에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푹 쉬었으니 아쉬움은 덜한 편이지만 복귀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건 모든 여행자의 바람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거겠지.

한 줄 요약

"새들의 천국인 화조원은 Good.

기대 이상의 하늬표 컵케이크는 Very Good.

하루 앞으로 다가온 복귀일은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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